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 사량도 가는 배편을 물으니 가오치항으로 가야한단다.
사량도에 들어가는 여객선은 가오치항은 물론 고성 용암포, 삼천포 등 여러곳 있다.
가오치항은 사량도 금평항과 덕동항을 오가고 고성용암포나 삼천포에서는 사량도 내지항을 오간다.
통영항 근처에서 1박을 하고 첫배를 타기위해 아침 일찍 가오치항으로 달린다.
평일인데다 여유있게 일찍 왔기 때문인지 주차공간도 충분하고 항구엔 그랜드패리호가 대기중이다.
가오치항을 뒤로하고 사량도 금평항으로 향하며 여객선은 서서히 물살을 가른다.
움직이는 여객선에서 멀리 바라본 모습인데 아침 햇살이 오른쪽에 비치는 것으로 보아 멀리 솟아오른 산은 북쪽의 고성 벽방산으로 추정해 본다.
한려수도
가오치항에서 뱃머리를 좌측으로 돌려 곧바로 쭈욱 밀고 내려가면 사량대교가 보인다.
↑사량대교를 사이에 두고 왼쪽은 하도(아랫섬) 오른쪽은 오늘 올라야 하는 상도(윗섬)의 암봉들이다.
가오치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사량도 금평항에 40분 후 입항한다. (07:00 ~07:40)
여객선에서 내려 좌측으로 몇십미터 지나면 섬을 일주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여객선 도착 10분 후 출발하므로 늦지않게 타야하고 수우도전망대에서 하차하면 산행 들머리가 있다.
(버스 요금 : 1,000원)
● 일 자 : 2023. 4. 27 (목)
● 산행코스 : 수우도전망대 - 지리산 - 달바위(불모산) - 가마봉 - 출렁다리 - 옥녀봉 - 금평항
▶산행거리 / 사용시간 : 6.5km / 4시간 30분
오늘 산행은 수우도전망대에서 금평항까지 사량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산을 종주하는 형식이다.
버스를 탄 승객들은 대부분 나처럼 산행을 하려는 사람들이라서 버스는 수우도전망대에 모두를 쏟아놓고 가버린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우도(樹牛島)
섬의 형태가 소와 비슷하고 나무가 많아 수우도라 했다는데 이곳 토박이들은 「시우섬」이라 하기도하고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이라 고도 한단다.
산의 우측 사면에 어민들이 모여사는 마을과 선착장이 있다.
가까이 작은 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소롱도라고도 하는 농가도이다.
↑등산로 입구
조금만 오르면 시원하게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이처럼 거친 바위들이 곳곳에서 기다린다.
↑버스타고 올 때 지나왔던 돈지마을
↑왼쪽은 남해 오른쪽은 삼천포
↑돈지 앞바다.
바로 앞 작고 외로운 섬은 돈지리 대섬(죽도)이고 멀리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섬은 통영 욕지면의 두미도(頭尾島) 이다.
두미도는 사량도 보다 훨씬 높은 천황산(天皇山 471m)있다.
두미도를 기준으로 사진의 왼쪽으로 욕지도가 훤히 보여야 하는데 아쉽다.
생각보다 산길은 험하다.
바위들이 날카롭게 솟아있고 절리(節理) 형태의 암석들이 많다.
이곳 사량도의 지질을 알아보니 안산암(安山岩)과 응회암(凝灰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산에 염소가 얼마나 많은지 염소 울음소리가 우측 비탈에서 끊이지 않는다.
↑진행방향의 왼쪽으로 내지항이 보인다.
건너편은 상족암군립공원과 용암포가 있는 고성군지역이다.
↑앞의 봉우리가 지리산이요 왼쪽의 솟아오른 봉우리가 사량도에서 가장 높은 불모산이다.
여객선을 타고 사량도에 들어오면서 가장 높아보이던 암봉이 왼쪽의 불모산(달바위)이었고 지리산은 보이지도 않았었다.
↑사진으로 보는것 보다 실제로는 더 위험하고 또 스릴을 느끼는 재미가 있는 구간이다.
이런 릿지(Ridge) 구간들이 여러곳 있다.
↑저 위가 지리산 정상이다.
가까이 보이고 몇발자국 옮기면 곧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길은 벼랑으로 끊어져 있고 한참 가야 한다.
소나무에 시그널이 붙어있어 당연히 통하는 등산로가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5m 앞은 낭떠러지로 진행 할 수 없고 돌아서야 한다.
돌아서며 괜히 노랗고 파란 산악회 리본이 원망스럽더라 ~
↑조금 전에 올랐던 곳은 저렇게 길이 끊어진 커다란 바위덩어리 위였다.
지리산 정상부
지리산(智異山)
전라도와 경상남도에 걸쳐있는 지리산과 이름이 같다.
↑ 지리산은 공기가 맑은 날 화살표 방향으로 (경남 산청) 지리산이 바라보인다고 하여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고 불렀던데서 유래되어 지금은 지리산으로 명칭이 굳어졌다고 하지만 한편으론 이곳 지명인 돈지리(敦池里)의 돈지(敦池)마을과 내지(內 池)마을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라 하여 마을의 지명인 「지리(池里)」를 따서 지리산(池里山)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산이름이야 어떻든 오늘도 날씨는 맑으나 4월의 송화가루 등으로 대류권이 흐려 시거리(視距離)가 너무 짧아 지리산은 커녕 가까운 섬마저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니 아쉬울뿐이다.
↑뒤로 보이는 산는 불모산(달바위)
사량도의 상도는 동쪽에 금평리와 서쪽에 돈지리로 나누어져있다.
이곳 지리산은 서쪽 돈지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기암괴석의 바위들과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고 있기에 산림청 100대 명산에 선정된 산이다.
↑지리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돈지선착장
지리산에 올랐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앞의 촛대봉을 지나 높이 솟구친 불모산을 올라야 하고 본격적인 암릉구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왼쪽 돈지리 내지항이 있는 내지마을과 오른쪽 금평리 옥동항이 있는 옥동마을을 넘나들던 고개였다지.
지금은 등산로일 뿐이지만...
이곳은 불모산이다.
달바위는 불모산의 부속인데 이곳에는 이정목이나 정상 표지목 어디에도 불모산 표기는 없고 모두 달바위로 표기하고 있다.
* 불모산(不毛山) :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란 뜻이다.
산기슭에 절(寺)이 있는 것에서 유래하여 뜻이 다른 일명 「불모산(佛母山)」이라 칭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가마봉 기슭에 관음낙가사가 있다.
이 근처 동굴안에 있는 바위가 달 처럼 생겼다고 하여 달바위라 했다는데 찾아볼 여유가 없었다.
↑지나온 길 뒤돌아 보고...
↑나아갈 길과 주변을 살펴본다.
올라야 할 가마봉과 출렁다리 그리고 옥녀봉까지는 가파르고 뽀족뽀족한 암릉이 설악 공룡능선을 연상케한다.
왼쪽 해변에는 대항항과 대항해수욕장이 있고 고동산과 옥녀봉 사이 안부를 넘어가면 사량면사무소와 금평항이 있다.
↑대항 : 대항항과 대항해수욕장
↑저 위가 가마봉이다.
↑ 대항
↑가던 길 오른쪽 옥동항
가마봉을 조금 남기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옥동항이 내려다 보이는 길옆 바위 위에 앉았다.
어제 고성 연화산과 통영 미륵산을 올랐던 탓으로 피로가 밀려온다.
휴식을 취하며 특별히 가지고 온 오렌지를 까먹는다.
17~8년 전 쯤 이곳 사량도 지리산을 올랐을 때 오렌지를 먹었던 추억을 되살리며...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중간 쯤이 지리산이 있는 곳인데 가려진것 같고 오른쪽 높은 암봉이 불모산(달바위)이다.
↑가마봉 303m
↑출렁다리 너머에 가려진 옥녀봉이 있고 사량대교 건너 하도(아랫섬)의 산은 칠현산이다.
칠현산(七鉉山)
해발 349m의 산으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따라 7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어 칠현봉(七鉉峰)이라고도 한다.
이 가운데 망산에는 옛 사량진의 봉수대 유적이 있다.
아직까지는 상도의 지리산과 불모산, 옥녀봉 등을 많이 찾지만 칠현산도 마치 성을 쌓아 놓은 듯한 암릉이 있어 볼만한 산으로 조금씩 알려지면서 찾는 산행객이 나날이 늘고 있단다.
등산로는 덕동에서 봉화대, 칠현봉, 읍포를 거치는 약 3시간 코스가 있고 덕동에서 칠현봉, 대곡산, 통포를 거치는 약 5시간의 코스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수직에 가까운 계단은 다른곳에서 본적이 없다.
내려와 올려다 본다.
↑출렁다리
건너편 암봉을 향봉이라고 한다.
가마봉쪽에서 향봉과 연결된 출렁다리는 39m
건너는데 출렁거리기는 커녕 전혀 미동도 하지 않더라..
출렁다리가 건설되기 전에는 깊은 협곡 사이를 오르내렸을까? 아니면 등로가 없이 우회로만 있었을까..
이 출렁다리가 개통된 것은 2013년 2월이라고 하니까 그 이전에 사량도 지리산을 다녀간 나에겐 이런 협곡에 대한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왜 없을까..? 엉터리 산행을 했거나 뇌세포가 노화된 것인가?.. 아니면 이 근처에 오지도 않았던지..
↑향봉에서 옥녀봉쪽으로 연결된 출렁다리는 22.2m
저쪽에 연결된 암봉이 연지봉이라지?
이번 구간은 건너는데 조금 출렁출렁 하더라~
↑출렁다리를 건너와 진행방향을 바라본다.
저쪽 고동산 말고 바로 앞의 암봉이 오늘 마지막 남겨진 옥녀봉이다.
전설속의 옥녀가 뛰어 내렸다는 절벽이 눈에 들어온다.
옥녀봉(玉女峰)은 봉긋한 산봉우리의 형상이 여인의 가슴을 닮았을뿐만 아니라 산세가 여인이 거문고를 타는 듯한 옥녀탄금형(玉女彈琴形)을 이루었다는 풍수지리설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많이 알려진 옥녀의 설화가 있다.
↑아래 관음낙가사가 있는 곳
옥녀봉
옥녀봉에 대한 전설은 나의 청소년시절 「썬데이 서울」이라는 주간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옥녀봉(玉女峰)에 얽힌 전설
옛날 바위산 아랫 마을에서 살던 부부가 옥녀라는 예쁜 아이를 낳았다.
옥녀의 어머니는 옥녀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옥녀의 아버지도 슬픔에 잠겨 몸져 눕게 되더니 끝내 옥녀 어머니의 뒤를 따라 가 버렸다.
옥녀를 불쌍히 여긴 이웃에 살던 홀아비가 옥녀를 데려다 키웠고 옥녀는 홀아비를 친아버지로 알고 자랐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옥녀는 열여섯의 어여쁜 처녀가 되었고 마을 사람들도 감탄할 만큼 미모가 뛰어났다.
친아버지로 생각하는 옥녀와는 달리 의붓아버지의 마음은 처녀가 되어버린 옥녀를 볼 때 가끔씩 못된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어느 날 욕정을 느낀 의붓아버지는 옥녀에게 접근하여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깜짝 놀란 옥녀는 저항했을 것이고 옥녀의 의붓아버지는 온갖 이야기를 다 해주며 옥녀를 달래보았을 것이다.)
피붙이도 아닌 자신을 동냥젖으로 시작하여 이렇게 키워주신 은혜
친아버지로 알고 살아온 부녀지간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 덤벼드는 의붓아버지의 욕정을 어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옥녀는 눈물로 호소하며 의붓아버지를 설득하다 못해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아버지! 제가 마을 뒷산(바위산)에 올라가 있을테니 내일 새벽 날이 밝기 전까지 올라오십시오.
그때 아버지의 요구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올라오실 때는 두 발로 걷지 말고 네발로 기어 올라와야 하고 올라오면서 멍멍 짖으면서 올라와야 합니다.”
뒷산에 올라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는 옥녀는 의붓아버지가 이런 제안에 설마 올라오지 않으리라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멍멍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의붓아버지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한 옥녀는 두려움과 낙망속에 견딜 수가 없었다.
아~ 어쩌란 말이냐...
옥녀는 눈물을 쏟아내며 치마로 얼굴을 가린채 벼랑 아래로 몸을 던져버리고 만다.
그 벼랑의 암봉을 옥녀봉(玉女峰)이라 한다.
통영시에서 설치한 옥녀봉에 대한 설명문에는 엉뚱하게 사량도 이야기를 늘어놓고 말미에 두줄로 경고와 교훈이란 단어로 옥녀봉 전설을 가름하였다. 전설의 내용을 들춰내고 싶지않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매년 옥녀봉축제가 열린다. 관광객과 주민의 화합이 목적이라할지라도 옥녀봉의 전설과는 전혀 다른 행사를 가지고 축제를 연다. 이제는 옥녀봉등반축제로 명칭도 변경하였다.
전설이긴 하지만 벼랑으로 몸을 던져버린 옥녀의 넋을 위로하는 마음은 아랑곳하지않고 노래와 춤, 각종체험, 장기자랑 등 전야제 까지 다양한 행사를 한다.
옥녀봉 표석도 커다랗게 특별히 설치한 것도 축제 때문인가?
↑사량대교 건너 하도의 칠현산
옥녀봉을 내려가는 계단도 경사가 만만치 않다.
↑계단을 내려와 벼랑쪽으로 접근하여 바라본 옥녀봉의 옆모습
↑사량도의 중심--면사무소,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는곳. 사량면 금평리
↑옥녀봉
산행을 마치고 가오치항으로 돌아가는 뱃시간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었음에도 최영장군 사당과 사량대교 위까지 가보지 못한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4:00시 여객선으로 사량도와 작별을 고한다.
↑ 2015년 준공된 사량대교
사량도 윗섬과 아랫섬을 잇는 연도교로 상부구조형식은 사장교이며 교량의 길이는 530m이다.
잘있거라 사량도여 ~
사량도(蛇梁島)
조선초기 사량도 지명은 원래 박도(樓島)였다.
상박도(上樓島)와 하박도(下樓島) 두 섬 사이를 가로 흐르는 물길이 가늘고 긴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세를 이룬 것에서 유래하여 이 해협을 사량(蛇梁)이라 일컬었는데 당시의 수군진(水軍鎭)이 육지로부터 이곳으로 옮겨와 설치되면서 이 사량 지명을 따서 사량만호진(蛇梁萬戶鎭)이라 칭하게 된 것이다.
그후 원래의 섬이름인 「박도(樓島)」 보다는「사량진(蛇梁鎭)」, 「사량(蛇梁)」 등으로 일컬어지게 되었으며, 조선후기에 이르러 결국 이러한 군영의 이름이 섬지명으로 전용되어 「사량도(蛇梁島)」라 칭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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