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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산 작은산

설악산 공룡능선(恐龍稜線)을 넘어..

by 성 환 2018. 8. 6.





산행일자 : 2018. 8. 4 (토)


 백두대간 종주는 못할지라도 지리산과 덕유산 그리고 설악산은 1박종주 계획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까운 지인으로 부터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을 알려온다.

그 친구는 백두대간 종주를 두번씩이나 마쳤기 때문에 이번 산행은 특별히 대청봉에 한번 더 올라야겠다며  몇사람이 동참하니 함께 가자며 계획을 일러 준다.(나의 산행 능력이 형편없다는 걸 잘모르고...)

1박 종주는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중청이든 희운각이든 1박하더라도 공룡능선 종주는 부담되는 코스라 천불동계곡 코스를 고려중인데 당일 공룡능선 산행계획이라니 흥미로운 갈등이 일었다.  내 자신의 처지도 망각한 채 내민 도전장,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그 악몽(惡夢)속으로 들어 간다.

3일(금요일) 밤 10:00쯤 천안에서 출발하여 평택을 들러 설악산 소공원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토요일 01:40분, 속초의 일출시간은 05:30분이기에 마등봉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일찍 출발한 셈이다.

      

산행코스 :  (신흥사)소공원주차장 - 비선대 -  마등령 - 마등봉 - 마등령 - 공룡능선 - 신선대 - 무너미고개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소공원주차장

                  ▷산행거리 및 시간 : 20.3km / 18시간(비정상)





주차장에서 부터...



↑주차장에는 벌써 산행을 준비하는 선행주자들도 눈에 띈다.




02:00 출발


↑오늘 산행 리더가 일행중 한분에게 무언가 설명을 해주고 있다.


비선대까지는 어두운 길이어서 신흥사나 여타의 모습은 눈여겨 볼 겨를 없이 부지런히 걷기만 했다.

워낙 폭염으로 데워진 탓으로 뜻뜻한 밤공기는 땀을 요구하지만 그래도 평탄한 길이어서 별 어려움 없이 비선대까지 무난히 도착했다.



↑비선대는 어두우니 하산할 때 살펴보기로 한다.



2시 40분 쯤 비선대갈림길에 이르자 03:00까지 입산통제를 한다.  



대기하는 모습들↑↓



일출시간은 05시 30분인데 2시간 반 이내에 도착할 수 있을까?




↑02시 55분에 산행을 허락해 준다.

우측(마등령 방향)으로 올라 좌측(천불동계곡) 통문으로 돌아나올 예정이다.





↑금강굴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비선대를 지나면서 가파른 돌계단은 계속 된다.

출발 하기전 어제 휴식을 취하면서 아무리 수면을 유도해도 컨디션이 좋지않아 결국 수면을 조금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몸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한다.   

리더는 뒤에서 자꾸 독려하지만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앞서가기를 부탁한다.

모두들 헤드렌턴을 착용했으나 난 손전등을 들었다.

홀로 뒤쳐져 천천히 올라가겠다고 하고 쉬어가기를 반복 한다.

앞서 가던 일행이 기다려주는데 힘을 내 본다.

그러나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다.



간간히 바람이 불어오고 동쪽인지 남쪽인지 밤하늘엔 하현달만이 외롭게 비춰주는데 난 주저 앉고 말았다.


주변은 어둡다. 눈꺼풀은 천근의 무게로 감겨온다.

"쉬면서 천천히 올라 갈테니 기다리지 말라"고 리더에게 문자를 넣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리더는 그 문자를 나중에 본 듯하다.)

길가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꿈같지도 않은 꿈을 꾸었다.

(어릴 때 볼 수 있었던 치마 저고리를 입은 어린 소녀가 나타났다. 행색이 매우 고단하고 아파 보였다.)

아주 짧은 꿈에서 깨어나 보니 벌써 주변은 밝아 있었다.




일행은 일출을 보았을까?

05시34분을 지나는 이 시간 나는 비선대와 마등령의 중간지점을 지나고 있다.


 

↑나와 똑같은 코스를 가던 산행객이 호흡곤란 증세로 산악회 일행에서 낙오되었다가 이곳에서 사망했다는 표지판이다.


 

↑기력을 좀 회복하고 걷다가 뒤돌아보니 벌써 태양은 저만큼 떠올라 황금빛을 띠고 있다. 






한참을 올라가니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도 힘들었겠지만 늦게 올라가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일행과 함께 다시 시작한다. 





↑마등령을 오르며 공룡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중앙에 솟아 있는 봉우리가 1275봉이라고 한다.



↑7시쯤 마등령을 몇백미터 앞두고 데크가 설치된 계단에 이르자 리더가 기다리고 있다.

리더는 이미 마등봉까지 올라 일출을 보고 다시 내려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골짜기 바위밑으로 흐르는 물을 식수로 보충하라고 물을 받아주기 위해서 였다.







↑태양이 등뒤에서 밀어주고 있는듯....



↑마등령 가까이 이르자 아주 딴 세상이다.

안개와 바람,  올라오면서 흘린 땀이 자취를 감춘다.

정말로 시원하다. 





마등령(馬等嶺) 에 도착했다.




↑마등령(馬等嶺) 기점

넘어가면 공룡능선 방향으로 가고 우측으로 올라가면 마등봉(馬等)이다.

리더에게 마등봉에 가보겠다고 말하자 여기에서 마등봉까지는 왕복 1.2km, 시간은 15분정도 소요되니  알아서 판단하고  이제 부터 공룡능선이 시작 될테니 이후 희운각대피소에서 만나자며 먼저 떠난다.  대청봉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갈길도 먼데 마등봉까지 꼭 가야만 하겠느냐는 뜻이 담긴 것 같다. 






↑마등봉(馬等) 1,327m



↑뒤따라온 일행 중 한분

산을 좋아하고 체력이 좋아  오늘 리더와 함께 대청봉에 가려했으나  접기로 한 듯.... 





↑안개에 덮인 마등봉 방향.



↑공룡능선으로 향하며 뒤돌아본 마등령기점





↑넘어야 할 나한봉으로 추정된다.





↑마등령(馬等嶺) 삼거리 

오세암 방향으로 내려가면 백담사에 이른다.


마등령(馬等嶺) 1,220m

인제군과 속초시 사이에 있는 고개이름이다.

산이 험준하여 손으로 기어올라가야 한다고해서 摩登嶺(마등령)이라 쓰기도 했지만 현재는 고개가 말의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馬等嶺으로 표기하고 있다.

옛날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 속초지역 사람들이 넘나들던 옛길이라고 한다.



↑안개로 덮인 마등봉






공룡능선속으로 깊이 끌려가는가?

하늘이 돕고 있다.

아직까지는 안개와 시원한 바람이 컨디션을 조금씩 회복시켜 주고 있다.

 










↑뒤돌아 본 모습이다.

어디쯤 가고 있는지 봉우리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익힐려면 더 와 봐야 알게 되고 보일 것이다. 









↑뒤돌아본 모습이다.

중앙에 있는 봉우리가 마등봉이다. 안개가 걷혀 선명하게 들어 온다.



↑공룡능선의 1/4 지점을 지나고 있다.











↑이정표에 집착증이 걸렸나?

가도가도 멀기만 한 희운각대피소...







어디쯤에서 내다 보았을까. 마등봉 우측으로 세존봉









↑힘들어하는 내 모습에 즐거워하는 저 웃음  누구지? (10:50) 




그래서 힘찬 모습으로...







↑1275봉 옆에 세워진 이정표.  이곳을 지나야 공룡능선 반을 지난다고 한다.



↑1275봉을 올려다 보는 것이 마치 코끼리 다리밑에서 옆구리를 보는 격이다.



↑누군가 이 바위를 「장어바위」라고 말해준다. 






알 것 같은 울산바위도 보인다.



뒤돌아 본 모습







뒤돌아본 모습





대청봉과 중청,소청이 눈에 들어온다.






신선대에 올라 뒤돌아 본 공룡능선





공룡능선(恐龍稜線)

마등령에서 무너미고개까지의 능선 구간을 말한다.

능선의 생긴 모습이 공룡의 등처럼 힘차고 장쾌하게 보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능선을 기준으로 동쪽은 외설악(속초) 서쪽은 내설악(인제)으로 구분하며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으로 나누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험준한 봉우리가 줄지어 솟아있어 경관이 빼어나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경으로 꼽힌다. 아름답지만 길고 긴 코스의 악명(?) 높은 대명사이기도 하다.




언젠가 올라야 할 대청봉을 신선대에서 올려다 본다.



↑소청봉 우측으로 길게 늘어선 용아장성(龍牙長城)



대청(1,708m), 중청, 소청과 용아장성 너머 귀때기청봉 그리고 멀리 안산(1,430m)까지 이어지는 서북능선



무너미고개

 희운각대피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우리들의 리더는 벌써 대청봉을 다녀와 이곳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산한다.




깊은계곡옆으로 솟아오른 병풍같은 암봉들












천불동계곡(千佛洞溪谷)

설악동에서 비선대를 거쳐 대청봉으로 향하는 계곡을 말한다.

계곡 양쪽에 솟은 봉우리들이 각기 다른 모습의 불상(佛像) 1,000여개를 새겨 놓은 듯하여 금강산 골짜기의 이름을 따서 천불동(千佛洞)이라 했다고 한다.

 


천당폭포(天堂瀑布)






어렵게 인증사진 한장을 얻었다.(인물이 받혀주지 않는단다)














양폭대피소 앞에서 셀카











● 안내지도



   ↓↓이제 비선대에 이르렀다.





비선대(飛仙臺)

반석위로 흐르는 물이 몇 번이고 꺾이며 흘러내리는 폭포의 모습이 깃털로 만든 우의(羽衣)자락이 펄럭이는 것 같고 마고선(麻姑仙)이 아래쪽 와선대(臥仙臺)에서 놀다 이곳에서 하늘로 승천하였다고 하는 전설을 담고 있어 비선대라 한다.

암반에 새겨진 글자중 중앙에 크게 새겨진 비선대(飛仙臺)영양읍지에 윤순(尹淳)이 썼다고 기록되어 있단다.








출발 원점이 가까워지며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다.

어두컴컴한 신흥사 거리를 헤메며 주차장을 어렵게 찾았다.

안전한 귀가길이 남아 있지만 고단하고 영원히 남을 추억을 간직한 채 산행을 접는다.




아래 사진 두장은 리더에게서 얻었다.

나는 리더를 「박선생」이라고 부른다.

사회생활하면서 한 때 같이 주경야독 한 적이 있지만  박선생은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함없고 부지런하며 대단한 산악인이다.  오늘 보니 아예 철인(鐵人)이다.

한장은  대청봉 오가는 길의 그림이고  또 다른 한장은 신흥사 경내에 있는 불상으로  땅거미가 내리기 전 먼저 하산하여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